청소년까지 '휴대폰 전성시대' 좀 심하네…
청소년까지 '휴대폰 전성시대' 좀 심하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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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김모(45·광주시 남구 주월동)씨는 최근 초등학교 6학년인 딸에게 휴대폰을 사주고 날마다 딸과 통화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에게 휴대폰 사주는 친구를 비난했던 사람이다. 그 딸의 한달 휴대폰 사용료가 40,000원 안팎. 초등학생 치고는 많은 편이다.

휴대폰이 없는 주부 최모(48·광주시 동구 지산동)씨는 요즘 공중전화 쓰기가 편리해서 좋다고 말한다. 버스터미널 등지에서는 줄서서 공중전화기 차례를 기다려야 했던 것이 이제는 한산해졌기 때문.

요금이 부담스러워 휴대폰 장만을 못한다는 최씨는 "휴대폰 요금 내리라고 주장하기 보다, 비싸다고 생각하면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된다. 경제 부양은 소비자 개개인의 마음가짐, 씀씀이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10대 청소년 두명 중 한명꼴 이동전화 가입
"유선전화 있어도 휴대폰 쓴다" 49%
온가족 하나씩…월간 요금 20만원 이상


거리든 사무실이든 이동전화 소지하지 않는 사람이 더 찾기 힘들다. 10대를 겨냥한 이동전화 서비스도 등장했다. 반면 공중전화 이용자는 점차 줄고 있다. 전화시장에도 소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양극화는 최씨의 지적처럼 소비자 자신이 부추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지난달 서울 및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이동전화 가입자 4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1%가 '외출할 때 이동전화를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유선이나 공중전화가 있어도 이동전화를 쓴다'는 응답은 49.0%였다.

하루 평균 사용 빈도는 6.4회, 용도는 친구와의 사적인 대화(35.2%), 업무관련(31.0%), 가족과 연락(30.2%) 순으로 사적인 용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동전화는 평균 17.1개월에 교체하고, 1회 평균 교체비용은 25만5,000원 정도로 통화 품질이나 고장 등의 이유외에 '외형이 마음에 들지않아 교체한다'는 응답자도 24.4%나 됐다.

또 지난해 한국통신 경영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이동통신비는 전년도에 비해 45.5% 증가했다. 10대의 이동전화 가입률은 51.8%, 이들의 월 평균 이동전화요금은 33,000원이었다.

이 같은 이용 추세를 이동전화 사업자 또한 놓칠 리 없다. 지난 8월 SK, LG, KTF 등 이동통신 업체들은 10대 전용 브랜드를 따로 내놓았다.

요금을 청소년들 실정에 맞게 대폭 낮추고, 가맹점 할인 서비스를 보강해 성인 이동전화 시장에 이어 청소년 시장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10대들은 전화번호에 구애받지 않고, 광고 속 스타 등에 따라 이동전화를 선택한다는 점을 이용, 이동통신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공급자의 상혼이 청소년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앞의 김씨의 경우 처럼 이를 따라가는 성인 부모들의 의식이 더 큰 문제이다.

한달 이동전화 요금이 가족 모두 합쳐 20만∼30만원에 달한다고 불평하면서도 아이들의 이동전화 사용은 제재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이 언젠가부터 부의 척도나 되는 양 의식화되면서 일반화에 이르렀고, 특히 소득이 없는 10대 청소년이 이를 소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소비자)의 책임이다.

최씨는 "청소년, 전업주부에게 휴대폰이 꼭 필수품인가"라며 "조금 불편해도 외출시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면 된다. 또 아이에게도 그런 관습의 경제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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