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매일 고경주 사장 '폐업' 발언 파문
광주매일 고경주 사장 '폐업' 발언 파문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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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 고경주 사장이 광주매일의 폐업을 공식화하는 발언을 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고사장의 일련의 '폐업 공식화'는 모두 내일신문(광주전남)이라는 특정언론을 매개로 이뤄지고 있어 양자간의 사전 교감설 등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고사장 시민단체 설명회서 공식화
내일신문 간부가 연락책 역할
사전 교감 통한 언론플레이 의혹
노조 비대위 구성 일단 우회 대응


<시민단체 설명회>

고사장은 11일 오후 7시 광주시내 중앙안과 맞은편 일식집 '하반'에서 시민단체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실상 광주매일 폐업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당초 시민단체 실무급 간부 15명 정도가 초청됐으나 내일신문 관계자를 비롯해 3명만이 참석했다. 불참자들은 대부분 광주매일 폐업에 자칫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는 등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아래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고사장은 이날 신문사를 그만 둘 계획이라며 그동안 간간히 흘러나온 폐업설을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고사장은 "노조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폐업방침에는 변함이 없으며, 계열기업에 고용승계는 못하더라도 전체직원에게 줄 퇴직금 등으로 25억원 정도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폐업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어렵지만 가져갈라고 했지만 이미 선을 넘었다", "내일신문에 나온 대로다" 등으로 말했다.

이 참석자는 "고사장에게 노사문제를 이용한 것 아니냐, 고용승계를 할 것이냐, 이용해먹고 용도폐기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등 언론사주로서의 사회적책임과 도덕성을 추궁하는 질문을 던졌지만 폐업방침이 확고해 보였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내일신문이 대변지">

고사장의 '폐업 발언'은 내일신문을 연결고리로 공식화됐다. 먼저, 시민단체 설명회를 주선한 연락책 역할을 김영곤 내일신문광주전남본부장이 수행했다. 김본부장은 10일께 참석대상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광주매일 고사장이 폐업이유와 배경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니 참석해 달라"고 연락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리의 성격 자체도 문제지만, 시민단체와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김본부장을 통해 참석요청이 와 참석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에 연줄이 없는 고사장이 아마 평소 친분이 있는 김본부장을 통해 접촉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내일신문이 한 발 앞선 보도로 폐업을 공식화한점도 이같은 전후관계 때문에 오히려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간 광주전남 내일신문은 12일 배달된 400호(10월 4~11일)를 통해 "광주매일 '폐업'한다/송원그룹 유지보다는 '기업경쟁력 강화'로 경영전략 바꿔"라는 제목의 톱기사와 함께 3꼭지의 관련기사를 보도했다.

특히, 이 기사에서는 "지역언론사 최초로 사주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폐업'의 길을 선택한 광주매일 사태에 대해 지역의 반응은 '의외'와 '환영'의 분위기로 대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한 반응을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고사장은 그동안 자사직원은 물론 어느 단체에도 폐업방침을 공식적으로 발언하지 않았고 언론에서도 보도되지 않았다. '폐업방침'이라는 공식적인 발언이 나온 것은 11일 저녁 시민단체 설명회가 최초다.

내일신문의 이같은 기사내용 때문인지 고사장의 측근인 광주매일 간부는 고사장 인터뷰를 요청하는 모방송사 기자에게 "사장님은 바쁘다. 내일신문에 나왔으니 참조하면 된다"고 내일신문 광주전남판을 직접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때가 11일이며, 광주시내에는 대부분 12일 광주전남판이 배달됐다.

노조 관계자는 "고사장이 각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장명국씨의 내일신문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내일신문이 노동자들의 입장은 도외시한 채 폐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일관하는 등 고사장의 충실한 '입'으로 대변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치밀한 사전 각본에 의한 수순?>

노조는 폐업수순이 시민단체 설명회를 통해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각본에 따라 치밀하게 준비돼 왔던 것으로 보고 있다. "폐업을 위해 파업을 유도하지 않았느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

폐업설이 외부에서 공식화되자 노조는 11일 파업투쟁의 정당성을 시민사회에 알리기 위해 계열기업인 현대백화점광주점과 송원사옥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집회신고 과정에서 양쪽 모두 지난달 27일부터 2달간 이미 각 회사에서 '자연보호캠페인'명목으로 집회신고를 해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계열기업앞에서의 노조 집회와 시위가 원천봉쇄당한 셈이다.

회사는 고사장 명의로 각 조합원 가족에게도 편지를 보내 "자칫하면 신문으로서 그 기능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여러분의 생활터전이 무너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본인의 열정을 바친 첫 사업인 광주매일을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 편지는 대부분 10, 11일 배달됐다.

이밖에도 9일 이후부터 연합뉴스 해지, 회사지급 핸드폰 회수, PC통신 ID 및 인터넷전용선 해지 등 조치가 이뤄졌다. 김원욱 전무는 파업 돌입후 2차례에 걸쳐 부장단에 일괄사표를 요구했고, 고사장은 직장폐쇄조치를 내린 후 지난 9일 노조측, 간부, 주재기자단 대표 등을 불러 놓고 "광주매일 대표이사직을 내 놓겠다"고 말했다.

<노조측 대응-우회돌파>

노조는 10일까지만 하더라도 일련의 고사장 발언과 조치들이 노조의 파업에 대한 '고도의 압박수단'정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설명회가 열리는 등 상황이 급변하자 긴장하면서도 일단은 정면대응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왜냐하면 지난 9일 직원 대표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고사장이 "나는 사장직을 그만 두겠다. 대신 회사 정상화를 위한 좋은 방안을 가져오면 협조는 해주겠다"고 말했을 뿐 '폐업'에 대해서는 노조 등에 어떠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

이에따라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를 비노조원과 간부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회로 11일 전환했다. 12일에는 고사장이 요구한 '회사 정상화방안'을 최종조율하는 한편 확정되는대로 이 안을 고사장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비대위는 하지만 고사장의 폐업발언으로 파업투쟁의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고 투쟁역량을 대 시민사회에 대한 홍보와 선전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12일부터 발행되는 파업특보 등을 통해 폐업방침에 대한 노조와 직원들의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노조는 파업특보를 통해 "노조가 지금까지 침묵해 왔던 이유는 모기업인 금광을 비롯한 송원그룹 내부의 비리, 검찰이나 국세청,심지어 사소한 국정원 직원 범행사실조차 사측의 압력으로 보도하지 못했던 우리가 임금협상 문제로 파업까지 이르게된데 대한 자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며 "최근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내일신문 보도내용은 워낙 사안이 큰 만큼 노조차원에서 확인 과정을 거쳐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고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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