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볼거리'에 안달하는가?
왜 그렇게 '볼거리'에 안달하는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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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어느 풍물패가 기획한 '전통음악과 생활음악의 조화'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보았다. 사실, 이러한 기획의도를 처음부터 알고 간 것은 아니고 다른 이유에서 찾아간 공연이었는데, 관람 후 아쉬움이 많아 남아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공연 후 풍물 전문가 누구와 잠깐 나눈 대화에서도 전제되었지만, 이번 공연은 나름대로 '전통과 생활의 조화'라는 시도를 열심히 했다는 점에서 칭찬할만하다. 그 날 객석에 있었던 어떤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이 공연을 위하여 풍물패 대표를 비롯하여 단원 모두가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우선 성악가의 가곡, 무술인의 검도, 가야금 연주, 신비스런 피리 오카리나, 그리고 엽기적이기까지(?) 한 재즈댄스, 등 다양한 볼거리 제공에 기울인 심혈은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볼거리'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현실적 압박이 이 공연의 '맛'을 잃게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가 풍물굿을 '놀이'가 아니라 '공연'으로 받아들이면서부터 볼거리라는 악령(?)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눈으로 보면서 즐기는데 익숙해 있는 청중을 위해서 온 정성을 다한다. 눈으로 보면서 머리로 판단하는 서구적 시각문화의 이성이, 몸으로 느끼면서 감성적으로 체득하는 동양적 청각문화를 압도하고 있는 꼴이다. 여기다대고 '얼씨구, 좋구나, 잘한다' 등의 추임새를 넣기를 종용하는 것 자체가 볼상 사나운 일이 되고 만다.

설장구와 오카리나의 만남
풍물과 재즈댄스의 결합


참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무척이나 땀을 흘렸을 거라고 생각되는 두 가지 예만 들겠다. 하나는 오카리나와 설장구 공연이다. 사회자는 오카리나는 '만주벌판에 몰아치는 회오리바람'이고 설장구는 '광야를 힘차게 달리는 말발굽 소리'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오카리나 소리의 강함과 설장구 가락의 강함이 서로 강하게 충돌했다는데 있었다. 어느 쪽도 상대를 부드럽게 도와주려는 배려가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오카리나도 보여주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마찬가지로 설장구도 여기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또 하나의 예인 풍물과 재즈댄스의 결합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풍물, 재즈댄스 어느 것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만큼 소란스럽기만 했다.

조금도 양보않고 '제소리 내기' 혈안

앞에서 현란하게 춤을 추는 댄서들의 격렬한 춤동작이라도 신나게 음미할 수 있도록 뒷 쪽의 풍물패들이라도 버티고 서있지 말고 다소곳이 앉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들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

문득 전통음악과 생활음악의 조화라는 기획의도가 불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우리 전통에는 이미 생활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않는가! 맥없이 볼거리 때문에 조화 어쩌고 한 것이 아닌가 반성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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