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 한국문화, 왜 한국인은 즐기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한국문화, 왜 한국인은 즐기지 않나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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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연구' 논문쓴 곤노게이꼬 씨>

'나주영산에 흐르난물에 강강술래/
상추심는 저처자냐 강강술래/
누에간장을 녹일라고 강강술래/
그리나곱게 생겠느냐 강강술래/
녹일라요 녹일라요 강강술래/
당신에 간장을 녹일라요 강강술래'(지춘상, '전남의 민요' 수록)

한국인과 결혼해 부산에 삶의 둥지를 틀었던 89년, 곤노게이꼬(41·광주시 북구 운암동) 씨는 강강술래를 처음 봤다. 언제 어디서 봤는지는 전혀 기억이 없다. 오직 곱게 단장한 여자들 수십명이 손에 손을 잡고 원형으로 늘어서서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던 모습만 그녀를 사로잡았을 뿐.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올해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던 뜨거운 느낌을 '강강술래의 연구' 석사 논문(전남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을 통해 그대로 살렸다.

10여년전 본 강강술래 마음뺏겨
그떄의 가슴뭉클함 체계적 연구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아름다운 춤으로 화려한 색의 조화를 이뤄내는 부채춤을 꼽는다. 그러나 게이꼬 씨는 강강술래에서 아름다움과 함께 존재를 알 수 없는 가슴의 뭉클함을 느꼈다. 그녀는 그것을 '한국 정신'이라 일컫는다.

92년 광주로 옮겨온 이후 진도 등 지방을 돌며 강강술래의 여러 모습을 지켜본 게이꼬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민족 정신을 형상화한 몸짓에 매료됐다. 하지만 한국 문화를 알아갈수록 한국의 이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찾아다니는 문화의 현장마다 한국인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이 그 문화를 즐기고 있었던 것.

"한국 사람들은 한국 문화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실제 판소리나 강강술래 등 자신들의 문화를 좋아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그녀는 꼬집어 말한다. 따라서 한국 문화가 보여주기 위주의 무대로 발전하면서 외적 아름다움은 더해가고 있지만 89년에 느꼈던 '정신'을 다시 느끼기란 어려웠다고 한다.

게이꼬 씨는 이런 문제제기에서 "한국사람이 '우리 것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외국 사람이 '한국문화 좋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한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한가닥 희망을 찾았다. 그래서 석사 논문도 '강강술래'를 선택했다. 한국의 역사적 가치와 진실을 찾아주기 위해.

정확한 자료없어 안타까워
"한국정신, 한국인들도 잘 알았으면"


그녀는 논문을 쓰면서 그동안 귀동냥으로 알았던 통념이 깨졌다. "대부분 임진왜란 때 강강술래가 생겼다고 알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그 이전부터 추수감사제를 위해 만들어진 민속무용이라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여성들만 추는 무용 아니예요. 미소년 등도 함께 참여했던 무용이 강강술래다".

그러나 게이꼬 씨가 논문을 준비하면서 안타까웠던 것도 있었다. 강강술래 연구가 여러 분야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나 정확한 자료가 없어 확실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전설의 권위 등이 큰 역사적 사건에 파묻히는 오류를 낳고 있다는 것이 게이꼬 씨의 지적이다.

올해 추석은 장성 시댁에서 송편 빚느라 강강술래를 보지 못했다는 그녀는 이제 김치도 잘 담그고, 된장찌개도 잘 먹는 '토종 한국인'이 다 됐다. 하지만 이웃 간에 나누는 정도 한국의 '높은 정신'으로 표현할 정도로 한국 문화를 더 좋아하고 깊이 이해하려는 마음은 오히려 한국인들을 고개숙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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