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령동 시립묘지 성묘땐 '생화 안돼'
효령동 시립묘지 성묘땐 '생화 안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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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사랑하는 동생을 잃은 박모씨(여·36 전남화순군 화순읍)는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또 한번의 슬픔을 겪어야했다.
생전에 동생이 좋아하는 국화꽃과 화환으로 마지막 가는 길을 꾸며주려 했지만 장지인 광주 영락공원측에서 '생화는 가져올 수 없다'고 막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동생이 유독 꽃을 좋아해 추모용 국화꽃송이와 화환을 준비했으나 관리사무소에서 막는 바람에 동생의 마지막 길을 꽃 한송이 없이 떠나 보냈는데 이번 추석에도 꽃 한다발 바치지 못할 것 같다"며 공원측의 규제를 못마땅해 했다. 박씨 뿐만 아니라 올 추석성묘객들도 조상들 앞에 꽃 한다발 바치지 못하게 됐다.

겉으론 "쓰레기처리 곤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꽃 한송이 바칠 수 없는 영락공원의 묘지관리규정은 어떻게 해서 생겼을까?
광주시 도시공사 영락공원관리사무소(소장 김석규)는 "생화는 쓰레기 봉투에 담을 수가 없고 발생량이 많아 처리가 곤란하다"는 이유를 내놓았다.


그러나 취재결과 그 속내는 다르다. "도시공사가 공원 안에 있는 효령영농법인의 조화 판매권을 보장하기 위해 생화를 들여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이곳 공원묘지 조성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이들과 이용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속내는 "구내조화판매 '밀어주기'

이곳 공원에는 효령영농조합(이사장 기우해)이 지난해 2월 공원개장부터 조화, 화병, 묘비석, 납골함 등 장묘용품을 독점판매 해오고 있다. 식당과 매점 역시 올해 5월부터 도시공사와 임대를 맺어 운영해오고 있다.


즉 매장을 할 경우 묘지 사용자 대부분은 이곳 영농법인에서 묘비석(15∼25만원)은 물론이고 조화(1단 1만원)를 넣은 석재화병(5만원)까지 주문할 수밖에 없다는 것. 따라서 관리사무소의 '생화규제'는 사실상 조화판매 영업권을 보호해주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영업권 보장은 묘지부지 조성 당시 광주시가 이곳 주민들에게 공원수익사업권을 통한 '지역소득사업'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은 "주민들의 공원내 사업권 보장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생화까지 막는 것은 누가 봐도 영농법인의 조화판매를 밀어주는 영업행위"라는 것이다.

접수단계부터 ..선택권 막아

또 음식물 규제도 문제다.
도시공사 영락공원관리사무소와 광주 염주동 종합 민원실에는 '생화, 조화, 납골함, 유품, 음식물 반입금지' '화장동 실내외 음주식사 금지(관리동 2층 식당이용)'안내와 함께 '효령영농법인' 명의의 비문작성의뢰 신청서와 구내식당 이용안내(갈비탕 5천원) 홍보물을 비치해놓고 있다. 이처럼 신청자들은 접수 당시부터 조화 사용 및 구내식당 이용을 강요당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이용자들은 "장례 풍속상 상주가 정성껏 음식물을 준비해와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풍속인데 구내식당만을 이용토록 한것은 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식당영업사원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발하고 있다.

음식취사공간 없어 성묘객 불편

또 이들은 "식당을 이용치 않는 신청자들은 묘지 주변이나 공원안 벤치 등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며 "쾌적한 식사공간을 실내에 마련해 놓아야 할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락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현재도 생화는 들여올 수 없으며 구내식당 이용은 지난해 개장초기 강력하게 실시하다가 권장하는 정도라며, 이는 비싼 임대료를 주고 들어온 사업자에 대한 영업권 보호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별도의 취사공간 마련은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용자 선택권 시설이용권도 중요"

그러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주시 도시공사측이 시립묘지 부지조성에 기여한 효령동 주민들의 수익사업권 보장 만큼이나 이용자들의 선택권과 시설 이용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이번 추석날 효령동 영락공원에서 추모의 국화꽃 향이 가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단 이곳에 가족을 묻은 성묘객들만의 바람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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