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웃어라, 명절
온가족 웃어라, 명절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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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추석
"여기는 종갓집. 새벽 차례상부터 시작해 오후 3시까지 상차림-설거지-상차림을 반복하느라, 여자들은 점심 먹을 시간조차 없는데, 남자들은 손님들과 어울려 먹기만…"
"조상의 차례는 지내는데 정성을 들여야 할 음식은 성씨가 다른 며느리(남의 자손)들이 모두 준비하고, 정작 절이나 음복, 성묘할 때는 같은 성씨의 아들들이 한다"
명절 연휴 3일 내내 쉴틈 없이 일만 했던 민과장(42·회사원)의 아내는 "팔, 다리, 허리 다 빠질 거 같다. 내내 억울하고 화만 나는 명절이었다"며 열변을 토했다.

며느리·여자만 일하는건 'NO'
함께 준비하고 같이 즐기기


달력을 보던 민과장은 불현듯 지난해 추석 때의 불쌍한 아내 모습이 떠올랐다. 여성차별이 가장 극도로 집약되는 명절. '그래도 즐거운 날이니까'라는 명목으로 이런 차별은 여성들의 마음 속에 꼭꼭 자물쇠로 잠궈 놓아야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이에 민과장은 생각을 바꿨다. 지금까지 명절은 잠자거나 고스톱 치는 날이었지만, 올해부터 민과장은 명절 전 가족회의를 열고 음식준비부터 제사 전반에 걸쳐 의논했다. 형제들 집 돌아가면서 명절 지내기, 차례상은 먹을만큼 간소하게. 또, 부모형제를 그리워하는 아내를 위해 내년에는 처가를 먼저 들르기로 약속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맏며느리인 이미경 의원(민주당) 역시 8년 전부터 가족회의를 통해 명절문화를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이 의원 가족들은 “생신, 어버이날, 제사 등 집안의 행사를 형제들이 나눠 치른다, 시부모님 생신은 딸들도 함께 나눈다, 명절에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집에 모이며 다른 형제들은 음식을 만들어 온다, 제사·음복에 며느리, 손녀 모두 참여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

돌아가며 명절 지내기
음식 해오기 등
새 명절문화 서서히


이처럼 '웃어라! 명절(smile.womenlink.or.kr)' 사이트에선 '열린 명절'을 위해 여성들의 고민부터 남성들이 앞장서서 대안 만들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가부장적, 혈연 중심의 관습과 전례 속에 갇힌 현재의 명절문화에 '딴지'를 걸고 공동체 정신과 흥의 가락이 살아있는 역사 속의 명절을 새롭게 만나자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가족, 미혼 여자, 그룹홈 등 '이웃들의 명절 스케치'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공유하고 '명절 놀이터' 등을 통해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놀이문화도 제시하고 있다. 또, '명절홧병클리닉'에선 여성들의 명절 속앓이 상담을 통해 '신나는 명절'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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