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사학만 강당 지어줘?
'힘있는' 사학만 강당 지어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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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강당, 유기춘 장관이 모교라서 지어줬습니다. 전남고 강당, 전국체육대회 열면서 우리 교육위원회에서 따온 것입니다. 화정초등학교, 모 시의원이 한 것입니다, 효광중학교도 정모의원이 지은 것입니다. 송정중학교, 그 돈도 모의원이 타온 것입니다"

김원본 광주시 교육감이 지난해 9월26일 시교육위원회에서 사립학교 다목적강당 건설 대상학교 선정기준을 묻는 질의에 대한 답변이다.

김 교육감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나 했을법한 이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한 것은 그만한 속사정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7월21일 교육부로부터 비아중, 수피아여고, 문성고, 광주여상, 동명고 등 5개 사립학교가 다목적교실 신축대상학교로 지정돼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았으나 교육위원회가 예산내역에 대한 사전협의를 안했다는 이유로 승인을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 특별교부금 다목적교실 건축비
김원본 교육감 정치권 영향력 등 인정
학교간 위화감 등 '교육 불평등' 우려


사립학교의 다목적 교실 예산은 최근 광주시의회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일 열린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교육청 제2차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심의에서 김관선 의원(민주·남구)은 "이번에 반영된 다목적교실 신축사업의 경우 동아여고, 동신여중고, 중앙여고 등 사립 3개교가 선정됐는데 광주지역 33개 사학법인 평가결과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특히 중앙여고의 경우 기존 체육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목적교실 증축비로 9억7천4백만원을 받아 특혜성은 물론 선심성 예산지원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지적한 것.

다목적 교실은 다양한 수준별 교육과 재량활동을 위해 7차 교육과정이 필수시설로 지정하고 있으나 공립은 물론 사립학교 모두 재원부족을 이유로 교육부의 특별교부금으로 사업비를 책정하고 있다. 실제로 광주시교육청의 중기지방교육재정계획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다목적교실 확충 계획은 총 80개교에 소요재원은 554억8천만원에 이르나 이중 91%를 차지하는 503억8천만원을 특별교부금에 의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이만한 특별교부금을 확보할 수 있느냐와 설사 특별교부금이 지원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우선순위와 대상학교 선정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리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추경안에 반영된 다목적교실 예산도 그렇다. 시교육청이 교육부에 요구한 특별교부금 지원요청 우순순위에 따라 공립 14개교, 사립 4개교를 포함 18개교를 신청했는데 이중 공립 3개, 사립 3개교가 선정됐지만 3개의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26억 8천600만원에 대해 특혜 및 선심성 시비가 제기된 것.

이처럼 사립학교에 대해 예산지원을 놓고 시비가 일고 있는 것은 현 사립학교법과 광주시사립학교보조조례 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바로 현행 법은 교육청에서 사립학교 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이 전무해 각종 시설비가 국가예산에서 사학에 지원되더라도 설계에서부터 공사업체 선정을 비롯하여 준공까지 시설물 공정전반에 사학법인과 교장이 맡기 때문에 교육청이 전혀 관여할 수 없어 부실시공 방지와 안전관리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김관선 의원은 지난 10일 예결위에서 "장기적으로는 사립학교법이나 사립학교 보조에 관한 조례 등을 개정해야 하겠지만 당장이라도 광주의 경우 전국에서 유일하게 사학기관 평가를 하고 있으니 이에 따라 사업비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번 다목적교실 예산지원 대상학교 선정은 광주시교육청의 사학법인 평가결과와 동떨어진다는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바로 동아여고, 동신여중고, 중앙여고 등 3개교의 학교법인에 대한 지난해 평가결과 종합순위에서 동아여고 법인인 낭암학원은 전체 28개 법인중 25위, 중앙여고 법인인 죽호학원은 12위, 동신여중고 법인인 동강학원은 8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우선순위에 포함됐다 특별교부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석산고 법인인 석산학원은 이들 3개 법인보다 훨씬 앞선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학교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 등 재정부분이 포함된 자구노력에 대한 평가에서도 낭암학원(동아여고)은 25위, 죽호학원(중앙여고)은 18위, 동강학원(동신여중고)은 14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석산학원은 역시 가장 앞선 4위를 차지했다.

결국 특별교부금 지원대상학교 선정과정에서의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김원본 '그동안의 사립학교 예산지원이 정치권의 영향력행사나 로비에 의해 좌우됐다'는 지난해 교육위원회에서의 김원본 교육감의 발언이 올해 예산에서도 반복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이 제시한 선정기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바로 사립학교의 경우 사학법인의 추진의지(재정능력) 및 교부가능성 항목이 1순위인데 교부가능성이란 추상적인 기준이 로비력과 관계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여고의 경우 죽호학원의 이사장인 안준 전 교육감이 한완상 교육부총리에게 직접 부탁해 예산배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안 이사장이 시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배경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물론 정부로부터 특별교부금을 많이 가져오면 나쁠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정치권과의 인맥형성을 통한 로비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른바 '힘있는 학교'만 혜택을 독자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이같은 관행이 정당화될 경우 결국 '힘있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간의 위화감 형성과 교육환경의 차이 등으로 인한 '교육불평등'을 야기, '힘없는' 다수 학생들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사립학교의 경우 국비를 배정해도 설계나 공사업체 선정까지 학교법인에 맡겨진 상황에서 특별교부금 배정이 개별 학교법인의 로비력에 좌우된다면 교육청의 역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대해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공립은 교육청이 직접 관리감독하지만 사학은 여러 가지로 한계가 있어 더욱 엄격하게 해달라는 주문으로 받아들인다"며 "중앙여고의 경우 한완상 부총리가 학교 방문시 현안 건의사항으로 받아들인 것인데 앞으로 학교간에 위화감과 불평등 요인이 없도록 나름대로 기준을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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