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느끼기, 이게 진짜 관광이네요"
"함께 느끼기, 이게 진짜 관광이네요"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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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대 관광정보과 학생들 '특별한 축제'>

낮에는 이 대학이 축제기간 중인가 싶을 정도로 조용하다가 밤이 되면 한쪽에서는 초청가수의 쿵짝거리는 음악소리와 교정 곳곳에서 벌어지는 '허가된' 술판.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폭력사태. 다시 아침이 되면 널부러진 천막, 의자, 각종 쓰레기들. 요즘 대학축제의 단면이다.

왁자지껄한 대학축제 벗어나
시각장애인들과 선암사 여행


동강대 관광정보과 학생들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 이런 축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흔치 않는 여유 속에 '의미'를 찾기 위해 시각장애인(천주교 광주대교구 맹인선교회 소속)들과 길을 떠났다.

동강대 학생들은 그 여행에서 사물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배웠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사람의 오감(五感)만으로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 20초 이상 온정을 갖고 바라봐야 느낄 수 있다는 '소중함'. 그것은 극히 주관적이지만 사물 하나 하나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하다. 그만큼 관광에서도 가장 중요시 하는 게 바로 '느낌'이다.
이제 이들이 평생을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색깔을 들려주고, 모양을 들려주며 '느낄 수 있는 방법'를 안내해 줄 차례다.

"고등학교 때 봉사활동 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나보긴 했는데 잘 할 수 있을련지 모르겠어요"
며칠 동안 특별한 관광객들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지만 막상 길을 떠나려니 '두려움'이 앞서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도 잠시. 첫번째 관광지인 선암사(전남 순천시 승주읍) 입구에 있는 '주라영 조각가의 작업실'에 들어서는 이들의 관광 안내 솜씨는 이미 능숙해져 있었다.

단 한번도 조각 작품을 구경할 수 없었던 시각장애인들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 하다. 거칠은 손 위에 조그맣고 따뜻한 손이 겹쳐지면서 두 손이 함께 조각품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훑는다.
"여기는 머리, 팔, 다리… 다리가 무척 길죠? 저는 이것보다 더 긴 롱다리예요" 어느새 단짝 친구가 돼버린 학생들과 시각 장애인들은 뭐든지 함께 보고 함께 느끼며 관광의 '맛'을 즐기고 있었다.

보지 못하는 그들에게
자연을 '느끼는 방법' 안내
마음으로 보는 법 배웠어요


이번엔 선암사를 오를 차례다.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의 속삭임. 도시의 빵빵거리는 자동차 소리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시각장애인들은 행복한데, "이건 나뭇잎이 매우 커요" "저 나무는 너무 가늘어서 금방 부러질 것 같네요" 라며 조계산의 모습 하나 하나 정성껏 설명해주는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학생들 덕분에 이날 시각장애인들은 선녀들이 목욕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양의 가장 예쁜 돌다리 '승선교'도 구경했다. 그동안 귀로 들리는 것, 코로 느껴지는 것들에 의존해 모든 사물을 '상상'으로만 바라봐야 했던 장애인들은 학생들의 맑은 눈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동강대 학생들은 새로운 것을 배웠다. 관광 안내가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짜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게 바로 관광정보과만이 느낄 수 있는 축제의 멋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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