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화해·공존은 관용으로 …미 테러참사 이후
문명의 화해·공존은 관용으로 …미 테러참사 이후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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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테러 충격 추스리며 읽을만한 책>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 홍세화씨는 최근 한 칼럼에서 '2001년 9월11일은 21세기를 실제로 맞이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세기의 테러. 인류 역사상 초유의 대학살로 기록될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참사를 목도한 날이다. 전세계는 이를 두고 문명에의 도전, 도발로 규정하기도 한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 사이, 보복 조치로 아랍권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세계가 테러화 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고,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문명끼리 충돌했다면 왜? →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커뮤니케이션 부재 또는 단절.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 문화적 충격에서 벗어나 관용으로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화두로 던져놓고 서점가로 눈을 돌려 테러 충격의 가쁜 호흡을 추스려보자.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김영사)에서 이론정치학과 현실 정치의 경험을 배경으로, 문명 패러다임과 문명충돌로 탈냉전시대에 세계를 바라보는 하나의 틀을 완성하고 있다. 냉전 후 세계 질서를 '서구문명 대중화-이슬람 연합문명'의 대결로 본다.

'문명의 충돌'…문화충돌 예언
'이슬람'…아랍·이슬람문화 바로보기


정치전쟁에서 문화전쟁으로, 세계 질서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고 본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이 세계 평화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며 서구와 비서구문명 간의 격돌을 일찍이 예언했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헌팅턴의 동양을 향한 시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명의 충돌'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문명의 충돌과 21세기 일본의 선택'(김영사)은 문명충돌의 패러다임을 일본과 동아시아 지역에 적용해 일본에게 중국과의 공존을 모색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교보문고)에서 서구인들이 이슬람 교도에 대해 광적인 테러리스트 집단이라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이슬람권에 전쟁을 선포한 시점에 문화제국주의 관점을 음미하는 것도 괜찮다.

그렇다면 문명의 화해와 공존을 위해서는 미 테러참사와 연관시켜 아랍과 이슬람 문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때맞춰 이희수(한양대·문화인류학)교수 등 국내 소장학자 12명이 공동집필한 '이슬람'(청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엄밀하게 따지면 헌팅턴식 견해에는 반(反)하는 논지다. 이슬람 문명의 과거와 현재를 미국 등 서구 중심적 관점을 탈피해 바라봄으로써 기존의 제한된 정보로 인한 편견의 교정을 겨냥한다.

이슬람은 '복종'이란 의미다. 절대신 알라와 예언자 마호메트를 선봉하는 이슬람 인구는 전세계 55개국, 12억명에 달한다. 인구 증가만큼 이슬람교의 전파도 빨랐다. 불과 100년만에 아라비아반도는 물론 중국까지 전파됐는데 이는 이민족에 대한 관용정책의 영향이라 본다.

세기의 테러 앞에서 보다 새로운 관용의 이념을 떠올린다. 볼테르의 '관용론'(한길사)은 관용의 사상을 종교관의 수준에서 보다 폭넓은 세계관의 수준으로 끌어올려 그 중심에 위치시킨다.

서로 다른 인종·문화, 관용으로 화해

종교적 편견에 저항하며 관용을 호소하는 이 책의 요지는 인간정신의 자유에 대한 옹호다.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평화적 정서에 대한 염원이다.

필리프 사시에는 '왜 똘레랑스인가'(상형문자)에서 똘레랑스(관용)는 인류진보를 위한 저항의 정신임을 제시한다. 똘레랑스란 상대방이 나의 생각과 다를 때 그의 생각을 뜯어고치기 위해 강제와 폭력을 동원하는 대신 서로의 차이를 그대로 용인하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앵똘레랑(불관용)에 대해서는 관용하지 말아야 함도 강조한다. 불관용조차 관용하는 것은 관용정신의 사회를 위협하는, 이른바 관용의 한계도 확인할 수 있다. 세기의 테러 앞에 책을 통해 관용의 정신으로 문화 충격을 줄이는 수확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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