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사, 아름다운 직업이죠"
"장의사, 아름다운 직업이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7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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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장의사 이용욱씨>

어쩌면 장의사는 이승의 저승사자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는 이들이 서럽지 않게, 이승의 한을 모두 잊고 갈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죽은 이를 저승에 보내는 설움을 안고 이승에 남은 이들을 보듬는 것도 장의사의 임무이다.

장의사는 떠나는 이와 남는 이 모두를 포용하는 넉넉함을, 모두를 보살피는 따스함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죽음을 가장 가까이 하는 사람'이라는 속성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등한시 하고 있진 않은가.

한 젊은이가 그 틀을 깨고자 한다. '죽음'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려 무던히 노력하는 이용욱(27·전남대4)씨는 대학생 장의사다.

대학2년때 미국 장례식장 자료 접하다 매료

대학 2학년 때 레포트를 쓰다가 우연히 미국 장례식장에 대한 자료를 접하고 장의사 직업에 매료돼 삶과 죽음의 한 가운데에 인생을 걸었다.
"114로 문의해 보니까 장의업협회라는 곳이 있길래 무작정 찾아가 그곳에서 만난 한 영감님에게 '장의'를 가르쳐 달라고 졸랐었죠" 그 뒤 이씨는 사비까지 털어 노인을 따라다니며 죽음을 접했다. 그렇게 시작한 염습(죽은 사람의 몸을 씻은 뒤 수의를 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이 벌써 500구를 넘었다.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다. 그래서 장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 틀림없다. 이씨는 사람들의 주검을 갈무리하는 경험을 통해 이를 깨달아 나갔다. "죽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요. 어떤 삶을 살았든 모두 똑같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거든요" 그는 염습을 하면서 물질 하나에 연연할 필요도,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는 '무소유'를 배웠다.

영감님 따라다니며 배운 염습 벌써 500여구

장의사로 살아가면서 나이에 비해 훌쩍 커버린 그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돈 많이 벌려고 장의사 하는 사람들 부끄러워 해야 한다"며, "장의는 결코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밖으로 꺼내 보다 전문적이고 학문적으로 정리가 돼야 하는 분야다"고 지적한다.

전국 최연소 1급 장례전문사 자격도 딴 그는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장의학 논문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갈수록 장례가 간소화 되면서 잊혀지는 부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 장례식장도 하나의 서비스 사업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야무진 생각이다. 그래서 개인 장의사를 운영하다 지금은 빛고을 장례식장(광주시 동구 계림동) 홍보실장으로 활동하면서 경험을 통한 토대를 닦고 있다. '죽음'이란 단어 앞에 더 이상 슬픔과 무거움만 가득한 장례가 아닌 죽음도 삶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장의사도 떳떳한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기에.

"장의, 이젠 돈보다 학문·전문적 접근해야"

그는 자신의 직업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 누구를 만나든지 장의사 명함을 먼저 내미는 당당함까지 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더 많은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일을 이해시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아버지가 교수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부끄러운' 존재다. "할머니 장례식 때도 제가 직접 염습을 하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가족들이 무척이나 반대를 했을 정도예요"

이같은 갈등 속에 벌써 3년이 넘게 부모와 떨어져 지내지만 그는 "교수의 아들이라는 신분보다 장의사라는 직업이 더 자랑스럽다"며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도록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장의를 뜻하는 undertake 영어단어를 보면 '시작하다' '약속하다'라는 희망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그것은 '죽음'을 넘어선 또 하나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 희망이 바로 그가 장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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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기 2019-01-19 20:21:49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