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론]항공기 테러, 문화 우월주의 '비극적 충돌'
[문화칼론]항공기 테러, 문화 우월주의 '비극적 충돌'
  • 김하림
  • 승인 2001.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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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의 원인은 '문화'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대한 항공기 테러 사건이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민항기를 공중 납치하여 건물에 직접 충돌하는 장면도 충격이거니와 110층 짜리 건물이 폭삭 주저앉는 모습도 끔찍했다.

어떤 테러집단의 정교한 시나리오인지는 모르겠으나, 초점은 주로 아랍권에게 맞추어져 있는 듯 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된 세계인종회의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동반 퇴장에 대한 아랍권의 비난이 거셌던 점 등과 더불어 테러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배후인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한다.

향후 세계 지역·인종·민족간 충돌원인은 '문화

어찌되었든 여기에는 미국 주도의 국제적 패권주의와 이에 대항하는 아랍권이라는 측면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중동 지역에 오랜 세월 누적된 미국-이스라엘과 아랍권의 대립이 결국 이러한 최악의 극단적 상황까지 불러오는데 일정 정도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역사, 군사, 정치, 경제, 인종 등 다양한 측면에서 누적되고 복잡하게 얽힌 갈등과 대립은 문외한으로서 잘 알지도 못하지만, '문화/문명'이라는 각도에서 이 갈등을 한번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1996)'에서 "문명들이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세계인구의 상대적 비중"을 고찰하면, 2010년에 서구는 11.5%/ 이슬람은 17.9%이 될 것이나 2025년에는 10.1%/19.2%로 서구는 축소되고 이슬람은 확대되며, "문명별 세계 총생산 비중"도 1950년 서구는 64.1%/ 이슬람은 2,9%였으나 1992년 서구는 15%가 감소한 48.9%인 반면 이슬람은 4배 정도 증가한 11.0%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수치에 근거하여 "세계사는 국가간의 대립과 이데올로기간의 대립을 마치고 이제 문명간 대립 단계에 들어섰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테러 사건의 배후에는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가 자신들만의 독자성이나 우월성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욕망들에 의해 충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기독교문화와 이슬람문화의 대립은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해왔고, 이 갈등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거나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1990년대 냉전이 종료되면서 이데올로기 대립이 끝난 지금, 향후 세계에서 국가, 지역, 민족단위 '충돌'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가 문화(문명, 종교)이라는 점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비참한 현실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공존과 상생' 위해 타 문화 존재 가치 인정해야

그러나 이른바 세계화·정보화가 가속되면서 문화의 개방과 교류가 급진전되고 있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도 타문화권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하는 현실로 변하였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국가와 지역, 계층에 따른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는 부정적 측면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나, 세계화·정보화의 범지구적 확산은 인류 개개인과 집단의 '일상적 삶과 문화'가 개방되는 경향을 촉진하고 있다.

   
▲ 테러 사건의 배후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자신들만의 독자성이나 우월성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려는 욕망들에 의해 충돌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정보통신수단의 발달은 '문화'를 세계적 차원에서 매개하면서 문화의 형성단위·교류·가칟생성·소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일 국가(지역)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문화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미디어와 문화영역이 확산되고 있으며, 문화시장에서 수용자 주권개념이 강화되어 가고 있다.

'고급(소수)/대중(다수)'문화나 '현실/Cyber'문화의 구분도 모호해져가고 있다. 또한 '창조/향유'의 경계도 점차 무너져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앞으로의 세계는 문화의 '대립과 충돌'보다는 '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지역, 인종, 민족, 국가단위의 문화 개방과 교류,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융합, 현실과 Cyber문화의 결합과 발전 등이 인류의 삶을 규정하고 번영시키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각각의 문화는 유연하며 해석의 폭이 넓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여러 문화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탐구하고 인정해야 한다. '공존과 상생'을 위해서는 '문화패권이나 배척'이 아닌 타 문화의 존재와 고유가치를 인정하며 헤게모니적 지배욕구를 내세우지 않아야 한다. 인류 전체를 위해서도 바로 이 상이성, 정체성, 복수성, 다원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사건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거나, 자국(민족)의 문화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집단들의 비극적 충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점에서 하랄트 뮐러가 '문명의 공존(1999)'에서 "'문화의 충돌과 전쟁'은 '역사의 자연법칙'이 아니다. 동맹을 맺고 경제적으로 협력하는 것, 비정부 부문을 강화하고 인권, 특히 여성의 권리를 진흥하는 것, 그리고 물론 관용이야말로 문화전쟁을 문화공존으로 바꾸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고 말한 내용을 우리 모두 경청해야 하지 않을까?

/김하림 [광주전남문화연대 대표, 조선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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