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리니 하루하루가 '축제'
'돈'을 버리니 하루하루가 '축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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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승주 한원식씨의 '자연으로 살아가기'>

미국의 테러사태로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세계화라는 이름의 지구촌 시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고도 하듯, 세상 모든 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것들이 때로는 주체적인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주변의 여건이 나의 삶에 지나치리만치 깊숙이 관여할 때 삶의 주체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나의 주인은 진정 나인가...

지금의 사회에서 '자본'의 영향이 어디까지인가를 묻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자본주의를 '돈 놓고 돈 먹기'로 규정지을 수 있듯, 세상에 자본의 영향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 보인다.

작은 금(crack)이 거대한 댐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에서 자본주의의 폐해 극복의 희망을 본다. 자본에의 저항을 위한 작은 금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그중 하나가 돈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것이다. 돈은 단지 거래 수단일 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부여는 하지 말고 돈을 돈으로만 보자. 말이 쉽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니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돈 때문에 울고 웃고, 돈으로 사랑도 산다는 세상 속에서 말이다.

돈 없이, 기계 없이는 어떻게 살까
고민하는 내게 그는 '충격'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힘이 없는 사람, 돈을 버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돼버린 사람들에게 '돈 없는 삶이 가장 풍요로운 삶'이라고 외치려고 한다. '돈' 없는 자의 자위라고 치부될지라도... 전남 승주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살고 있는 한원식(54)님은 세상에서 가장 돈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가장 풍요롭게 살고 있다. 하루하루가 축제, 일하는 것이 노는 것이고 그 자체가 삶이다. 돈에 대해서는 그는 아예 '헛것'이라고 규정짓는다. 세상의 가장 큰 문제가 '돈의 거래'라고 말한다.

자연에 들어간 오염물질은 그것의 유입을 차단함으로써 해결되지만, 돈의 거래로 인한 문제는 돈을 사용하는 한 계속된다. 돈 보다 더한 오염은 없다고 생각하며 결국, 돈을 끊어버렸다.

그런 그에게도 돈을 위해 살았던 때가 있었다. 가난한 생활과 병약한 몸으로 간신히 초등학교를 마치고 농사만 지었드랬다. 돈을 벌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억척스럽게도 일했다. 약 듬뿍, 비료 듬뿍, 씨앗의 판매동향 잘 알아내 팔릴 작물만 심는 농사경영으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던 그가 하느님을 영접하면서 그 동안 너무도 당연히 쳐오던 농약을 다시 보게 되었다. 관행농법에서 유기농법으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경험 없이, 선례 없이 갑자기 농약을 끊어버린 그의 논밭은 벌레 투성이였고 작물은 누더기였다. 이리저리 끌어들인 돈은 많아 빚더미에 앉게 되었다.

예전처럼 '약 한번만 치면' 모든 일이 끝날터였다. 동네에는 '한원식이가 미쳤다'는 말이 생겨났다. 죽음을 생각하며 약을 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하던 중, 땅을 갈지 않는 곳의 배추가 살아있는 것을 보고 새로운 농법을 찾게 된다.

바로 유기농법을 한 단계 뛰어넘은 자연농법이다. 그는 절대 땅을 갈지 않는다. 땅을 가는 것이 땅의 호흡을 가로막고 결국 막히게 한다는 것이다.

그의 흙색 몸뚱이에
미래의 '희망'을 읽었다


그리고 정확히 20년 전인 1981년 9월. 세상 속에서 돈을 부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서였을까. 그는 아예 세상을 버렸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깊은 산골에 터전을 마련하고 농사를 지으며 하루하루를 축제로 살고 있다. 자신이 먹는 모든 것은 직접 씨 뿌리고 거둔 것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말도 싫단다. 단지 자신은 자연이 길러내는 것에 손 얹는 것 뿐이라며...

모두가 한 모양으로 살 수 없듯, 모두가 그처럼 살 수 없다. 내가 그에게서 본 희망은 그렇게도 살 수 있다는 가능성, 즉 새로운 길이다. 돈 없이는, 기계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사고 속에 갇혀있던 나에게 그의 삶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그렇다. 그런 길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길도 있다. 그것은 우리의 몫이다. 그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 어찌 미래가 불확실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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